유예지

유예지는 교양 백과사전으로 6권 3책으로 이뤄져있다


유예’는 “예에서 노닌다(遊於藝)”는 의미로 『예기』와 공자의 말에서 따왔다. ‘예’는 ‘기능’이며 선비가 배워야 하는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를 의미한다. 그 가운데 오랜 시간을 들여야 배울 수 있는 독서와 활쏘기, 수학 및 글씨와 그림과 실내악에 대해서만 설명한다. “예와 악의 조목이 매우 번잡해서 갑자기 익힐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악(大樂)은 사라지거나 변형되어서 되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풍석의 시대에는 수레 모는 법에 대해 익힐 수 없었다. 그리고 글씨쓰기(書)는 육서(六書)를 가르치는 것인데 이를 갑자기 익힐 수는 없어서 글씨와 그림으로 대신한다고 했다. 이렇게 시골 생활에 필요하거나 실행 가능한 것만을 취사선택해 구성함으로써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임원경제지』의 편찬의도를 드러낸다.

「유예지」 권1은 ‘독서법’과 ‘활쏘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공부에 입문하는 초학자에게 자세를 바르게 하는 법부터 내용을 이해하고 배운 바를 몸으로 실천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가르친다. 내용에 따라 읽는 법을 달리해야 하며 경서와 역사서는 읽는 순서를 안내한다. 나이에 따라 단계별로 읽도록 권유하는데 이런 내용은 주희의 『주자독서법』 등의 책을 인용하여 알려준다. ‘활쏘는 법’도 이와 같이 자세하게, 단계별로 주의할 점과 고려할 점을 설명하면서 활쏘기를 살상 방법이 아닌 선비의 수양도구로 안내한다. 활을 만들고 보관하는 방법까지 배우면 도구에 끌려 다니지 않고 도구를 장악할 수 있다. ‘향거양지’인은 전체를 관통하는 맥락을 스스로 좌지우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로 결정되고 그런 사람을 목표로 이 책을 편찬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권2는 수학에 대해 다룬다. 이 부분을 번역한 장우석 교사는 “실용을 중시한 단원 구성과 계산 알고리즘을 통한 문제해결, 그리고 현상으로부터 개념화 과정의 세 가지 측면에서 「유예지」권2는 현상-본체, 실용-개념 일원론적인 철학을 잘 구현”했다고 평가한다. 방전법(토지 넓이 구하기), 속포법(물건의 양과 거래시 가격 계산하기), 쇠분법(물건의 가격·세금에 차등을 두어 계산하기), 소광법(화살 묶음의 개수와 토지의 넓이 구하기), 상공법(거리의 원근과 용역 비용 구하기), 균수법(물건의 가격과 각종 비용 구하기), 영육법(사람 수와 물건의 가격 구하기), 방정법(물건의 개수와 가격 구하기), 구고팔선(피타고라스 정리, 삼각형의 성질을 이용한 도형 문제 해결하기, 삼각함수의 정의), 이 아홉 가지를 구장(九章)이라 한다. 구장 앞에 삼재(三才, 천문·도량형·길이와 넓이)를 배우면서 단위 환산, 구구단, 사칙연산법, 제곱근과 세제곱근 구하기, 비례식 이용하여 구하기(四律比例)를 익힌다. 이런 계산법은 땅의 넓이를 구하거나 세금을 매기거나 건물을 지을 때 필요하니 향촌에 거주하는 사대부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 「유예지」에 나오는 수학에는 중국수학 개념과 더불어 서양수학의 개념이 정리되어 있다.

권3의 주제는 ‘글씨’로 서도의 요체와 기초부터 응용까지의 과정을 정리한다. 여러 서체의 역사에서부터 배우는 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팁을 제시하며 글씨와 정신적 교감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방사우의 사용법과 잘못 쓴 글씨를 지우는 약 제조법도 알려준다. 권4와 5는 ‘그림’에 대해 다루고 권 6은 실내악의 악보를 직접 정리해 두어 산림에 거주하는 선비의 예술적 일상이 어떠했을 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상을 전해준다. 19세기의 조선 양반가에 이어져 온 예술 문화의 정수가 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유예지」에는 82종의 인용문헌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서명응의 『고사십이집攷事十二集』이 권2 수학 부분에 전재되어 있다는 점과 ‘방중악보’에 인용문헌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신이 연주하던 음악의 악보를 직접 그렸기 때문에 인용문헌을 기록하지 않았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