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지(2020)

「보양지(葆養志)」는 건강(양생) 백과사전이다. 총 8권 3책 129,334자로 『임원경제지』 전체에서 5.1%를 차지한다.

보양지

‘보양保養’이 아닌 ‘보양葆養’을 쓴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내 몸에 깃든 좋은 기운을 잘 간직하여 기른다”는 뜻으로 짐작할 뿐이다. 「보양지」와 「인제지」가 『임원경제지』의 절반을 차지한다. 인체의 수양과 치료에 관련된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은 점은 향휴 여러 측면에서 조명될 필요가 있겠다. 풍석이 자신의 이런 저술이 유가의 일에서 벗어나 보일까 걱정하며 서문을 지었기 때문이다.

「보양지」권1은 <총서>로 사람이 살아가며 품속에 두어야 할 긴요한 양생 원리를 설명하고, 권2는 <정 · 기 · 신>으로 몸의 생명력의 핵심인 정精과 기氣, 그리고 신神을 설명하고, 권3은 <일상생활과 음식>으로 생활 속 양생법을 다루며, 권4는 <몸 수양>을 제목으로 수련법과 도인導引, 안마, 그리고 운문 형식의 가결歌訣을 수록했다. 권5는 몸에 도움이 되는 식이와 약에 대해 <약 음식의 복용>을 제목으로 논의하고, 권6은 <부모나 노인이 건강하도록 봉양하기>를, 권7은 <출산과 육아>에 관한 내용을, 권8은 <양생월령표>라 하여 열두 달 동안의 월별 양생법을 표로 만들어놓았다.

「보양지」는 “사람의 수명은 하늘의 원기 60세, 땅의 원기 60세, 사람의 원기 60세 합하여 180세가 된다”고 주장한다. ‘양생’이 이 수명대로 살게 하는 방도인데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기본이며 정기신을 지키고 이목구耳目口를 잘 다스리는 데서 시작한다고 한다. ‘마음은 즐겁게, 소화가 잘 되도록’ 양생한 후라야 약이 듣는다고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인제지」가 다음에 편집된 이유를 암시한다. 권1에 있는 “총애를 받거나 치욕을 당해도 놀람 없이 받아들이면 간목이 저절로 평안하다. 움직임과 멈춤을 경건하게 하면 심화가 저절로 안정된다. 음식에 절제가 있으면 비토가 새지 않는다. 숨을 조절하고 말수를 줄이면 폐금이 절로 온전해진다. 고요히 욕심을 줄이면 신수가 절로 충족된다”라는 문장은 「보양지」전편의 압축이라고 보아도 손색없다. 권2의 <정·기·신>에서 정을 보하고 기를 고르고 신을 아끼는 보정補精, 조기調氣, 색신嗇神의 방법에 대해서는 도가적 논리가 근간을 이룬다. 권3의 <일상생활과 음식>에서 권2의 정기신과 대조적인 신체의 겉 부분을 해부 생리적으로 설명한다. 이 부분은 『동의보감』에 인용되지 않은 『섭생요의攝生要義』에서 인용했다. 권4는 「보양지」 가운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호흡 및 몸의 움직임과 관련된 구체적 동작을 지시하거나 표현하는 글이라 글을 보고 동작을 상상하기가 어려운데다 필사의 오류까지 있어서다. 이 책에는 맨손으로 상한傷寒, 식체食滯, 심복통心腹痛, 풍비風痹 등의 35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권5는 약이 되는 음식과 재료, 도구들에 대해 설명하고 권6은 부모와 노인을 장수하게 하고 잘 봉양하는 법에 대해 기술한다. 노인은 경조사에 나가지 않고 빈객을 접대하지 않고 연회석에 나가지 않으며 늘 싱겁게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보다는 밥을 잘 먹는 것이 노인에게 좋다며 180가지의 처방을 노인 보양법으로 설명한다. 권7은 후손을 구하고 아이를 기르는 일에 관한 내용으로 남자는 서른 살에, 여자는 스무살에 결혼해야 아이가 건강하다는 구절, 가난한 집에서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잘 자란다는 구절이 눈에 띈다. 권8의 월별양생표는 「보양지」의 내용을 달력처럼 만들어 실행을 돕는 요약표로서 도인법, 일상음식, 의복, 목욕, 약 음식, 잠, 질병의 예방과 처치, 임신, 푸닥거리, 전염병 예방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량의 편중이 심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양생 지식과 실생활의 밀접성을 보여주는 사례로서는 의의가 크다.

「보양지」는 오사카본, 규장각본, 고려대본이 모두 남아 있는데 다만 오사카본에는 권8이 누락되어 있다. 세 필사본을 비교해 볼 때 여러 가지 면에서 따져볼 단서를 많이 제공하는 사본이 오사카본이다. 오사카본에 ‘인용한 책의 제목을 고찰해 봐야 한다’거나 ‘「인제지」를 참조해야 한다’는 가필이 있는데 고려대본에 이대로 편입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오사카본이 선행본임이 확인된다. 아쉬운 점은 오사카본에 빠진 내용이 몇 군데 더 있고 고려대본 역시 오사카본에서 지시한 대로 수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풍석이 「보양지」의 완정본을 만들지 못한 채 마무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그의 가운家運이 쇠락한 사정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보양지」는 총 269종의 문헌을 인용해 편찬했다. 『수친양로서』와 『삼원연수서』 두 권을 가장 많이 인용했고 구할 수 있는 중국과 조선의 의약관련 서적을 다수 참조했는데 조선 문헌은 전체 분량의 13.1%에 불과하다. 조선문헌 가운데에선 정조의 주치의였던 강명길이 『동의보감』 등의 의서를 정리하고 자신의 내의원 경험방을 덧붙여『제중신편』(1799년)을 펴냈는데 풍석은 이 책을 가장 많이 「보양지」에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