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

『이운지(怡雲志)』는 문화예술 백과사전으로 8권 4책, 185,418자, 전체에서 7.3%를 차지하며 인제지 다음으로 분량이 많다.

‘이운(怡雲)’은 중국 양나라 도홍경(陶弘景, 458-536)의 시구에서 따온 말로 ‘구름을 혼자 즐긴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운지서문’은 벼슬, 권력, 문장력을 구하는 자들에게는 상제가 가능하다고 하면서 “임원에서 고상하게 수양하면서 세상에서 구하는 것이 없이 한 몸을 마치고 싶다”는 자에게는 불가능하니 다른 소원을 말하라고 하는 일화로 시작한다. 임원에서 청복을 누리는 일은 은자의 특권이나 세상과 단절하고 사는 은자를 장려하기 위함이 아니라 시골에 살면서 한적하게 삶을 즐기는 일, 이것을 「이운지」에서 다루었다고 밝힌다.

「이운지」는 10개의 대제목, 각 대제목 아래 많은 표제어를 두고 기사를 정리한다. <은거지의 배치>, <휴식에 필요한 도구>, <임원에서 함께 하는 맑은 벗들>, <서재의 고상한 벗들>, <골동품과 예술 작품 감상>, <책 소장하기>, <명승지 여행>, <시문과 술을 즐기는 잔치>, <명절의 구경거리와 즐거운 놀이> 순으로 가족 · 이웃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으며 살 수 있는 방도를 제시한다. 풍석은 권1~권7까지 집터 잡고 정원 안에 연못 만들고 나무 심고, 화단 꾸미는 법 등을 독창적인 아이디어라면서 그림과 함께 설명한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금(琴) 연주실, 향나무로 만든 정자, 이동식 정자를 짓는 법 등을 소개하는데 서술 과정이 자세하고 폭넓은 분야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읽어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 연못가의 정자에서 금을 연주할 때는 물고기가 수면위로 뛰어 오르도록 먹이를 주어 훈련시키라고 귀띔한다. 연못을 조성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을 읽으면 정말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가축농장과 양어장, 가을걷이 감독 누각, 누에방, 길쌈방, 채소밭 정자, 놀잇배 등을 제안하면서 각각의 용도에 맞는 건축법, 건축물 간의 실용적 동선, 실내 공간의 배치는 물론 공간의 운영 관리법까지 세세히 적었다. 이런 모든 공간을 사대부가 다 소유할 수는 없다.

그 역시 말년에 번계(樊溪, 지금의 서울 번동 부근) 산장으로 이사한 뒤 그 곳에서 자신이 구상한 건물을 갖추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으나 모두 짓지는 못했다. 자연경실(自然輕室, 서재), 자이열재(自怡悅齋, 기거공간), 거연정(居然亭, 정자), 광여루(曠如樓, 농사 독려하는 누각), 오여루(奧如樓), 휴식하는 누각 등 다섯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자연경실은 서재로 오사카 본 원고의 생산지이기도 하다. 모든 건물을 짓기 보다는 자신의 처지에 맞게 가감하라는 의도로 집에 들어 앉을 수 있는 건축물을 모두 소개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 그릇, 음주도구, 평상, 의자, 침구류, 병풍과 휘장, 차 문화 관련 도구, 향, 금琴과 검, 괴석, 새, 사슴, 물고기, 문방사우, 골동품, 책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 중국과 자신의 저술 여러 권을 인용하기도 한다.

「이운지」 권8은 ‘일상 즐기기’, ‘명승지 여행’, ‘시문과 술을 즐기는 잔치’, ‘명절의 구경거리와 즐거운 놀이’에 대해 다룬다. 이런 설명으로 풍석은 ‘향거양지’인이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나열한 셈이다. 집과 부속건물과 정원 같은 물리적 공간에 덧붙여 그 공간을 채울 가구와 기물까지 정리하고 그런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독자가 알아주기를 바랐을 듯하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물적 토대가 이러하다면 그 사이 사이 맞물려 들어가야 할 정신적인 영역은 또 어떠할까? 대제목을 나누는 작업에서부터 표제어의 내용을 채우는 데까지 미친 서유구의 40여년에 걸친 작업 과정은 세계를 바라보는 그의 안목을 알려줌과 동시에 당시의 주거문화 발달의 정도를 알게 해 주는 중요한 사료이다.

「이운지」는 현재 오사카본, 규장각본, 고려대본 이외에 국립중앙도서관본이 있다. 오사카본과 국립도서관본은 빠진 부분이 있고 국립도서관 본에는 필사 시기를 알려주는 주가 붙어 있어 규장각본이 1934년 7월 이전에 필사가 끝났음을 알게 해 준다. 「이운지」에 인용한 문헌은 총 216종이다. 이 가운데 『준생팔전』, 『금화경독기』, 『동천청록』, 『금석사』 등은 40회 이상 인용되었고 『동의보감』, 『동국문헌비고』, 『악학궤범』 등은 1~2회 인용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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